마이크로소프트 상대평가 인사제도 폐지 선언

출처: 곽숙철의 혁신이야기

2012년 7월 미국 월간지 < 베니티 페어(Vanity Fair)>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Microsoft’s Lost Decade)’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그 주범으로 CEO인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와 ‘스택 랭킹(Stack Ranking)’을 지목했다.  스택 랭킹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10여년간 운영하고 있는 상대평가 성과관리체계로 직원을 정해진 비율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눠 최하등급 직원들을 내쫓는 제도이다.

이 잡지는 논픽션 작가 커트 아이헨월드(Kurt Eichenwald)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현직 임직원들을 인터뷰하고 내부 자료를 검토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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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택 랭킹이 회사를 망치고 직원들을 떠나가게 했다. 직원들의 경쟁의식을 높이려고 도입한 제도가 협업 분위기를 망쳐놨다. 직원들은 구글 등 떠오르는 IT 강자들과 경쟁하지 않았다. 대신 내부 동료들과 경쟁했다. 한 부서에서 성과를 내더라도 기계적 비율에 따라 하위등급 직원이 나왔다. 관리자들의 내부 권력투쟁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평가가 관리자에게 얼마나 잘 보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폐단도 드러났다.

 
마이크로소프트 드디어 상대평가 인사제도 폐지를 선언하다

이러한 병폐를 뒤늦게 깨달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11월 12일  드디어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리사 브루멜 인사 담당 부사장은 모든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더 이상 등급은 없다”고 선언했다. 대신에 관리자들이 직원들과 1년에 적어도 두 번 만나는 ‘커넥트 미팅(Connect Meeting)’이라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고 약속한 성과를 달성했는지 점검한다. 아울러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줄 때도 유연성을 보장하기로 했는데, 이는 CEO인 스티브 발머가 주창하는 ‘하나의 마이크로소프트(One Microsoft)’ 운동의 일환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상대평가 인사제도의 근원지인 GE는 진작에 이 제도를 폐지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제도를 GE로부터 배웠다. 잘 알려진 대로 GE의 전임 회장 잭 웰치(Jack Welch)는 재임 시절 이른바 ‘활력 곡선(Vitality Curve)’라는 이름의 상대평가 성과관리체계를 강력하게 시행했다. GE는 임직원을 ‘상위 20%/ 필수 70%/ 하위 10%’로 나누어 상위 20%에게는 보너스와 스톡옵션, 승진으로 보상하고, 70%는 상위 20%에 들도록 독려한 반면 하위 10%는 해고했다. 이후 많은 회사들이 이 시스템을 모방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랬다.

그런데 스택 랭킹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GE는 진작에 이 제도를 버렸다. 2001년 잭 웰치의 바통을 이어받은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의 결단이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업무 개선점 등을 지적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인사관리 시스템을 바꿨다.

다른 기업들도 최근 몇년 사이 상대평가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추세다. 미국 댈러스의 성과관리 컨설턴트인 딕 그로테에 따르면, 현재 포춘 500대 기업 중에서 30% 정도가 상대평가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엄격했던 등급 관리는 점점 느슨해지는 추세라고 한다. 이를테면 최하위 등급을 전체 직원의 10%가 아니라 2%만 주도록 하는 식이다.

이 와중에 야후(Yahoo)는 이런 흐름을 거슬러 눈총을 받고 있다. 야후의 CEO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는 최근 관리자들에게 직원 등급 평가를 요구했고, 몇주 사이 600여명의 직원이 짐을 쌌다고 < 허핑턴포스트>가 전했다. 야후는 분기별로 직원들을 ‘초과 달성 25%/ 달성 50%/ 가끔 실패 10%/ 실패 5%’ 순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 허핑턴포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악의 아이디어를 땅에 묻었는데, 야후는 그것을 채택했다”고 비판했다.

이제는 경쟁이 아니라 협업이다

그동안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각종 단체 등 온 사회가 성과주의를 부르짖었다. 성과주의란 말 그대로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조직구성원들의 성과를 측정하고, 그 성과에 연동한 임금체계를 통해 구성원들을 동기부여하는 일련의 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성과가 높은 사람은 많이 보상하고 성과가 낮은 사람은 적게 보상하거나 극단적으로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과 같은 경쟁시대에 있어 지극히 당연한 논리인 것 같아 보인다. 성과주의를 도입하면 저마다 남들보다 성과를 많이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조직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연공서열에 따라 돈만 많이 받아가면서 성과는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정리할 명분도 챙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성과주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이를 반성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바야흐로 창조경영의 시대를 맞은 까닭이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협업에 의해 탄생한다. 그런데 내부 경쟁은 조직의 관성을 깨뜨리고 조직구성원들의 도전 의식을 높이는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자신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동료를 도와주지 않거나 심지어 동료의 업무를 방해하는 등 협업에 장애가 되는 것이다.

다음은 한때 사내 부서간 경쟁이 치열했던 GM의 이야기로, 지나친 내부 경쟁의 폐단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설계팀에 있는 사람들이 새 자동차의 몸체를 그린 후 설계도를 현장에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만들어볼 테면 만들어보시지, 얼간이들아!”
그러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맞받았다.
“돌대가리들아! 이걸 설계라고 했냐? 너희 같으면 철판을 이렇게 찍어낼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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